진 적 없는 킹메이커, 민주당 대표 이해찬

진 적 없는 킹메이커, 민주당 대표 이해찬 민주당 이해찬 대표 글 : 안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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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20대 국회의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총리를 경험한 적이 있는 인물이자, 7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인물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하 호칭 생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다선 의원이자 실세총리의 대명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장,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인물, 고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명의 대통령의 대선 선거전략에 관여했던 ‘킹메이커’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해찬에게 올해 8월 25일, 또 하나의 새로운 수식어가 추가되었다. 더불어민주당 3기 중앙당 지도부 선거에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라는 직함이다.

학생운동을 통해 정치활동을 시작하다

1952년 7월 10일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기를 보낸 이해찬은 1965년 청양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상경해 1968년 덕수중학교, 1971년 용산고등학교를 거쳐 1971년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그는 곧바로 학교를 자퇴한 후 이듬해인 1972년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다시 입학하며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시절 이해찬(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해찬의 대학 생활 시작은 곧 그의 민주화 운동 이력의 시작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1972년 10월 17일 유신 선포로 휴교령이 내려짐에 따라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온 이해찬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나라가 이런데 학생들이 데모도 하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게 된다. 아버지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그는 곧바로 다시 상경해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되며,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줄여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돼 1년 간 복역하고 출소하게 된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초 유신 반대투쟁의 불길을 잠재우기 위해, 민청학련이라는 단체에 ‘불온세력의 사주를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혐의를 씌워 관련자 180여 명을 구속하고 기소한 사건이다.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2009년 9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던 이해찬은 1980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인한 제적 조치가 해금되면서 1980년 서울대학교로 다시금 복학하게 된다. 하지만 동년 벌어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 20여 명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계획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적용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 2004년 재심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무죄를 선고받았다)에 휘말리면서, 그는 다시금 투옥되게 된다. 투옥 이후 2년 반 만에 크리스마스 특사로 석방된 그는 재야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하며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게 된다.

7번의 선거, 7전 전승 ‘선거의 제왕’

1985년, 처음 서울대학교에 입학한지 14년 만에 그는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의 학생운동 전력, 그리고 몇 번의 수감이력은 30대 중반의 정치인으로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준비된 거물’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졸업 후 여러 재야인사들과 함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에 입당한 이해찬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서울특별시 관악구 을 지역구로 공천을 받아 생애 처음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당시 그의 보좌관은 학생운동을 통해 교류가 있었던 유시민 전 장관이었으며, 선거 상대방은 민주정의당의 김종인 후보, 그리고 통일민주당의 김수한 후보였다.

이해찬의 첫 공식선거 결과는 ‘승리’였다. 평화민주당은 서울에서 총 17개 지역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 이해찬은 17대 총선까지 총 5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특별시 관악구 을을 지역구로 민주당계 정당에서 출마해 내리 5선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13대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 노무현, 이상수와 함께 ‘노동위 3총사’로 유명세를 떨쳤으며, 광주청문회 때는 5공 관련자들을 집중추궁하며 청문회 스타로도 주목을 받았다. 13대부터 17대까지 다섯 번, 그리고 18대를 건너뛰고 19대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출마해 승리를 거두며, 이해찬에게는 7전 전승의 ‘선거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다.

이해찬의 또 다른 별명은 ‘킹메이커’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7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조순 서울시장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이 이 별명의 시작점이다. 당시 선거의 결과는 조순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그는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해찬이 두 번째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것은 1997년의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였는데, 여기에서 그는 새정치국민회의의 대통령선거 기획본부 부본부장에 선출돼 활약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이어서 2001년에는 노무현 후보의 선거대책반에 들어갔으며, 이 선거의 결과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나타난 바 있다.

2년간의 국무총리 활동, 그리고 비판

이해찬의 정치력을 돌아볼 때, 그가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뿜어내던 때는 제36대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각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제대로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하던 과거의 총리와는 달리, 이해찬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발적 역할 분담을 통해 ‘실세 총리’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특히 그는 세종특별자치시의 건설을 일선에서 지휘하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다양한 입지전적 기록을 만든 이해찬이지만 그에게는 업적에 대한 칭송 못지않은 다양한 비판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이해찬 세대’라는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낸 교육부장관 시절의 치적에 대한 비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이해찬은 1998년부터 이듬해까지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고교 평준화, 연합고사 폐지, 보충수업 폐지 등의 개혁안을 추진했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중시하고자 했던 급진적인 개혁안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대학 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캐치프레이즈와는 달리 특기 하나만 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2002학년도 수능 이후 이러한 부작용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이해찬 세대’라는 말은 이해찬의 가장 큰 조롱거리로 자리를 잡게 된다.

국무총리로 재직할 당시 벌어졌던 골프에 관련된 의혹들 또한 이해찬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2005년 4월 5일 강원도 양양군 지역에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국무조정실 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으로 향한 것이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남부 지역이 홍수로 수해를 입던 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이 논란이 되고, 결정적으로 2006년 3.1절 기념식에 불참하고 부산의 골프장에 있었던 것이 문제가 돼 2년 만에 그는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다시금 두 번의 선거 승리, 그리고 당 대표까지?

2007년 12월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맞은 당시 이해찬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들과 함께 기존의 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은 이해찬은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민주당과 합당하는 형태로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에 이른다. 13대부터 17대까지 20년 동안 서울특별시 관악구에서 계속 출마해 온 그가, 제19대 총선에 처음으로 관악구를 떠나 세종특별자치시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것이다. 기존에는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던 지지율이 실제로는 14%p차의 우세로 나타났으며, 이해찬은 4년 만에 다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줄곧 민주당계의 후보로 출마해 온 이해찬이 처음으로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선거는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당의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컷오프된 이해찬은 “객관적이지 않은 공천 방식은 인정할 수 없으므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함께 탈당하겠다는 당원, 시의원들에게 당선될 경우 복당할 것이니 탈당하지 말고 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선거의 결과는 역시 ‘당선’으로,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흥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해찬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컷오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해 사과를 받아낼 것이며, 복당이 된다면 당을 바로잡을 것이다”며, 더불어민주당 복당 이후에는 차기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이해찬이 추미애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8월의 전당대회에서 ‘차기 민주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7월 20일 이해찬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으로 인해 마침내는 사실로 드러났다. 2020년까지로 예정돼 있는 차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후보는 이해찬을 포함해 ‘경제 당 대표’를 주창하는 경제 관료 출신 김진표 후보, 호남 출신의 인물로 통합을 부르짖은 송영길 후보까지 총 3명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꾸준히 여론조사 선호도 1위를 차지해 온 이해찬은 ‘대세론’ 속에서 지난 8월 25일 새로운 당대표로 마침내 선출됐다. “강력한 자치분권으로 민주정부 20년 집권을 책임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보폭을 맞춰나갈 것인지, 앞으로 그와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주목된다.